오락실의 추억, ‘아케이드 게임’의 흥망성쇠에 대하여

어릴적, 친구들과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자주 들르던 곳이 있었습니다.

버스정류장을 돌아 조금만 걸어도 보이던 곳. 항상 시끄러운 음악과 왁자지껄한 대화가 이뤄지는 신나는 곳이었지만, 어른들에게 물어보면 “나쁜 애들이 있다. 가지마라”라고 소리를 듣곤 했습니다. 하지만 어렸을때의 저는 항상 착한 아이만은 아니었던지라 한 번 호기심에 들러본 후, 종종 찾아가게 되었죠. 바로 ‘오락실’입니다.

흔히 오락실, 게임센터나 아케이드 게임장이라고 불리는 이 곳은 한 때 청소년의 두뇌계발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국내에서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비행 청소년’들의 집합소로 불리며 안좋은 인식이 생겼고, 조금씩 쇠퇴를 하다가 이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장소가 되어버렸습니다.

현재 아케이드 게임의 입지와 인지도는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애초에 콘솔이나 PC, 스마트폰과 달리 보급자체도 상당히 제한적인 데다가 플레이에 수고를 들여야하죠. 여러사람이 몰리는 인기 게임은 여러판 즐기기도 어려운 편이고요.

그래도 아케이드 게임은 상당히 의미가 깊습니다. 비디오 게임 시장의 시초격인 존재라고도 할 수 있고, 여전히 아케이드 게임을 개발하는 대형 개발사도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자, 오늘자 ‘게임이슈 콕!’의 주제는 바로 오락실, 게임센터로 대표되는 ‘아케이드 게임’입니다.

▲ 지난 2월 26일 열린 철권7:FR의 로케이션 테스트 현장

* 게임이슈 ‘콕!’은 네이버 제휴 콘텐츠로 모바일 페이지 ‘게임·앱’ 코너에 함께 게재됩니다.


■ 아케이드 게임, 본격적인 ‘게임’의 시작을 알린 신호탄


아케이드 게임이란 뭘까요? 여러가지 의미가 있습니다만, 코인(동전)으로 플레이하는 게임이라고 하거나 하드웨어(기기)와 소프트웨어(게임)이 일체형으로 된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락실’이나 ‘게임센터’에 가면 있는 게임들은 전부 아케이드 게임이라고 보시면됩니다.

아케이드 게임 자체는 장르가 굉장히 다양합니다. 애초에 아케이드라는 용어도 장르의 뜻이 있다기보다는 하나의 플랫폼을 지칭하는 말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까요. 오락실에 가보면 굉장히 다양한 게임이 있잖아요? 스포츠, 레이싱, 리듬, 액션, 퍼즐, 슈팅 뿐만 아니라 대전 액션 게임까지.

아케이드 게임으로서 최초로 성공을 거둔 작품은 1972년 발매된 아타리의 ‘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이전 시대의 게임들은 대부분 ‘아케이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죠. 애초에 플랫폼이라는 개념자체가 희미했기 때문에, 특정한 동작을 수행하는 기기를 만들어야 했으니까요. 그게 게임이었다면, ‘아케이드’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대신 ‘코인’을 이용한 플레이가 아니었겠지만요.

1972년 발매된 아타리의 ‘퐁'(출처 : 위키백과)

아무튼, 아타리가 ‘퐁’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뒤이어 ‘브레이크 아웃'(벽돌깨기)까지 대 흥행가도를 달립니다. 1970년대 최고의 게임사로 남은 아타리는 이후 거센 도전을 받게되는데요, 바로 ‘스페이스인베이더’의 등장이었죠.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끈 ‘갤러그’의 시초격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스페이스인베이더’는 미국과 일본에서 큰 붐을 일으켰습니다.

‘스페이스인베이더’는 일본에서도 오락실의 붐을 일으킨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오죽하면 일본 화폐당국이 100엔짜리 동전 주조량을 늘려야 할 정도였으니까요. ‘스페이스인베이더’의 붐으로 인해 PC방이나 오락실처럼 게임 전용 시설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갤러그의 시초격인 ‘스페이스 인베이더'(출처: 위키백과)

1980년대 들어서 국내에도 점차 오락실의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게임 산업이 눈에 띄게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초창기에는 갤러그, 동키콩, 버블버블 등 다양한 퍼즐, 슈팅 게임이 주로 인기를 끌었죠. 오락실이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부터는 ‘던전앤드래곤’ 등의 벨트스크롤류 게임들이 대세를 이어받았고, 90년대 이후로는 ‘스트리트파이터’, ‘KOF’, ‘철권’, ‘버추어파이터’ 등 대전 격투 액션 게임들이 흥행을 이어갔습니다.

이후 ‘EZ2DJ’, ‘PUMP’등 다양한 리듬 액션 게임과 ‘이니셜D’등의 레이싱 게임, ‘타임크라이시스’ 등의 건슈팅게임이나 에어 하키, 인형 뽑기등 가볍게 한 두 판 즐길 수 있는 독특한 게임들이 오락실에 많이 들어오면서 1990년대 후반까지 국내 아케이드 게임 시장은 폭풍같은 성장을 이어갑니다. 그만큼 이용자도 많았고, 오락실도 굉장히 많았죠.

 


■ 오락실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명작, 기억에 남는 대 히트작들


여기서 잠깐 오락실의 추억을 다시 좀 되새겨볼까요? 다들 기억하시는 게임이 많을 것 같습니다. 갤러그부터 시작해 동키콩, 버블버블, 팩 맨, 던전앤드래곤, 철권, KOF, EZ2DJ, PUMP, 타임크라이시스 등등 정말 많은 명작 게임들이 있었습니다. 그중에 몇가지만 간단히 소개해보도록 하죠.

▣ “뿅뿅”의 시작- 갤러그(Galaga)

먼저 갤러그입니다. 80년대 오락실의 붐을 일으킨 대형 타이틀. 스페이스 인베이더의 계보를 이은 작품이자 비디오 게임역사에서는 절대로 빠질 수 없는 명작이죠. 파워업이라는 개념과 BGM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한국 오락실에서 가장 큰 붐을 일으켰던 작품입니다. 흔히 오락을 ‘뿅뿅’이라고 했던 시절, 그 ‘뿅뿅’이라는 소리는 이 갤러그에서 나왔다고 보시면 됩니다.

여담이지만, 갤러그는 원래 이름이 아니랍니다. 본래 이름은 ‘갤라가'(Galaga)입니다. 갤러그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세계적으로 불법 복제판이 많이 돌았는데, 국내에 보급된 불법 복제판에서는 ‘갤러그(Gallag)’라는 이름으로 많이 쓰여서 ‘갤러그’로 더 많이 알려졌습니다.

오래된 시리즈라 버전도 굉장히 많습니다.

▣ 격투 게임 붐의 원조, “라데꾸~” – 스트리트파이터 시리즈

국내 아케이드 시장에서는 갤러그와 함께 오락실 붐을 일으켰던 격투 게임! 전세계적으로 ‘스트리트파이터2’가 크게 유행하면서, 국내에서도 대전 격투 게임 열풍이 몰아쳤습니다. ‘스트리트파이터2’는 어린 학생부터 청년까지 나이를 불문하고 즐겼던 시리즈라고 할 수 있겠네요. 가일은 이름보다는 “라데꾸~”라고 많이 불리기도 했죠?

다만 ‘스트리트파이터3’의 흥행이 다소 아쉬운 편이었는데, ‘킹 오브 파이터즈’가 큰 반응을 얻어 다소 밀리는 형국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4편에 들어서 스트리트파이터는 2D에서 3D로 성공적인 그래픽 전환을 이뤄냈고, 아직까지 계보를 이어가는 시리즈의 최신작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그리고 지금은 철권과 함께 격투 게임의 양대 산맥으로 군림하고 있죠.

▣ 새로운 장르, 리듬게임의 붐 – EZ2DJ(EZ2AC), Pump It Up

1990년대, 음악에 맞춰 노트를 치는 ‘리듬 액션’은 국내에서 굉장히 생소한 장르였습니다. 하지만 코나미의 ‘비트매니아’가 들어오면서 리듬 게임은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때 마침 국산 게임 답지 않은 멋진 퀄리티를 가진 두 게임이 혜성처럼 나타나 오락실의 대세로 자리잡습니다. 바로 ‘EZ2DJ’와 흔히 ‘펌프’라고 부르던 ‘Pump It Up’입니다.

두 게임의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Pump it Up’, ‘EZ2DJ’로 리듬 게임계에 입문했죠. 당시에는 오락실이 아니어도 ‘Pump it Up’만 들여놓은 ‘펌프방’이 생겨날 정도였고, EZ2DJ는 기존에 큰 인기를 끌던 ‘비트매니아’를 완전히 밀어내고 오락실의 간판 게임으로 자리잡을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덤으로 EZ2DJ는 1999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아케이드 게임으로는 처음으로 대상으로 선정되는 영예도 안았습니다.

‘EZ2AC’와 ‘Pump it Up’

▣ ‘건슈팅’의 본좌 – ‘타임 크라이시스’

마치 현실처럼 총을 들고 화면의 적을 쏘는 건 슈팅게임, 국내에서 가장 유명했던 작품은 반다이남코의 ‘타임 크라이시스’입니다. 페달을 이용해 엄폐물에 숨고 재장전하면서 적을 물리치는 액션은 으뜸! 다만, 난이도가 상당히 어려운 편에 속해서, 초심자들이 쉽게 절망했던 시리즈이기도 하죠.

시리즈가 점차 지나면서 총에 반동이 추가되기도 하고, 화면 분할 협력 플레이라던가 무기 선택, 듀얼 페달 시스템 등이 추가되면서 아직도 건슈팅 게임에서는 ‘하우스 오브 더 데드’와 함께 으뜸으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지금도 몇몇 국내 오락실에서는 ‘타임 크라이시스2’와 ‘타임 크라이시스3’가 가동 중이고, 4편과 5편도 간간히 찾아볼 수 있을정도로 보급이 그나마(?) 잘 된 편입니다.

시리즈의 최신작 ‘타임 크라이시스5’. 듀얼 페달이 인상적입니다.

▣ 역전과 신뢰의 붕권! ↓↘→ + RP “오~아!” – 철권 시리즈

격투 게임의 붐을 일으킨 작품은 스트리트파이터였지만, 국내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시리즈는 ‘철권’이었습니다. ‘철권’은 ‘버추어파이터’보다 늦게 시작된 시리즈지만, 고유의 시스템과 개성을 살리면서 세 번째 시리즈와 첫 드림 매치인 ‘태그 토너먼트’ 시리즈에 이르러서는 국내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때 당시에 오락실에 다녀보셨분들이라면 기억하시겠죠? “오~아!!”

인기만큼이나 말썽(?)도 좀 있었는데요, 흔히 말하는 격투게임의 비극, ‘체어샷’이 자주 일어나는 게임으로도 꼽힐 정도입니다. 아니, 애초에 ‘체어샷’은 격투 게임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비극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사나이에겐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있는 법이니까요.

아무튼 철권 시리즈는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격투 게임입니다. 얼마 전에는 신작인 ‘철권7: Fated Retribution’의 로케이션 테스트가 국내에서 열리기도 했는데, 전날 밤부터 사람들이 오락실 앞에 모여 기다릴 정도로 팬들이 많은 편입니다.

최신작에서도 역전과 신뢰의 붕권! (출처 : 유튜브)

▣ 오락실 4인 파티의 시작, ‘던전앤드래곤’

‘던전앤드래곤’은 벨트스크롤식 액션 게임에서 의미가 깊은 작품이자 명작으로 꼽힙니다. 단순히 앞에서 나오는 적들을 각자 물리치는 것이 아니라, TRPG ‘던전앤드래곤’의 룰을 잘 구현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화려한 액션과 웅장한 음악도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한 작품인데, 거기에 캐릭터마다 존재하는 특수 커맨드 입력이 존재할 뿐 아니라 직업별로 나뉜 팀원들의 팀워크를 요구하는 플레이는 당시에는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오락실 특유의 화려한 액션이자 격투 게임의 초월 공격인 ‘체어샷’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성직자가 자기 혼자 살겠다고 다른 사람에게 힐을 안 주거나 하는 게 예시죠. 그래서 보통은 4인이 함께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았고, 간혹 일부러 친구들끼리 서로 죽이려는 배틀플레이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던전앤드래곤 ‘타워오브둠'(좌상단),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우상단).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의 플레이. 엘프 이름은 H로 시작하는게 좋았죠?(출처: 캡콤)

▣ “모자 내꺼야!!” – 캐딜락&디노사우르스

던전앤드래곤이 90년대 초반 오락실을 휩쓸었다면, 대전 격투 게임과 리듬 게임 속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구가한 작품이 바로 이 ‘캐딜락&디노사우르스’입니다. 공룡과 인류가 함께 사는 2513년, 블랙마켓이라는 조직이 공룡을 포획해 유전자 조작을 감행하면서 공룡들이 인간을 공격하게 되는데, 이 블랙마켓을 물리치는 4인의 정의의 용사들의 이야기입니다.

동네 문방구부터 오락실까지, 이 게임은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특유의 기합소리(“후리후리야~”)를 내는 일명 모자(혹은 새마을아저씨), ‘무스타파’를 고르기 위해서 친구들과 투닥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게임성도 괜찮았어요. 특유의 커맨드 입력기와 각종 무기, 재탕이 어느 정도 있지만, 특유의 보스 캐릭터들까지 그 당시에는 정말 재미있는 기억이었죠. 제 개인기록은 1크레딧에 7스테이지가 한계였던지라 좀 아쉽긴 하네요. 무스타파의 대쉬 공격은 세계 제이일!!

주인공의 허리가 유연했던 게임…남자는 허리가 중요합니다.

 


■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 국내 아케이드 시장의 쇠락


1990년 후반까지 눈부신 성장을 이룬 아케이드 게임 시장은, 21세기에 들어서 급속도로 쇠퇴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이 현상이 두드러졌죠.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오락실의 붐은 개체 수만 봐도 확실히 드러납니다. 2000년에는 전국적으로 25,000곳 이상의 오락실이 있었지만, 2001년에는 약 1만 3천 개 정도의 규모로 거의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고, 2002년을 지나 2003년에는 거의 7천여 곳에 달하는 오락실이 문을 닫았습니다.

아케이드 게임 시장은 정말 급속도로 위축되었습니다. 현재는 세가에서 운영하는 대형 체인점 ‘Fun it’이라던가, ‘성지’라고 불리는 몇몇 대형 게임센터를 제외하면 오락실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이 되었죠. 현재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순수’ 아케이드 게임장은 네자릿수가 안되는 실정입니다.

십여 년이 넘도록 성장세를 타온 시장의 거품이 빠졌다고 판단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빨랐습니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은 국내에서만 일어났다는거죠. 국내 아케이드 시장은 심각할 정도로 규모가 작아졌지만, 반면에 일본의 아케이드 시장은 상당한 규모로 성장해 여전히 게임 산업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왜 국내에서만 이런 현상이 발생한 걸까요?

2014년 기준 아케이드 시장의 점유율 (출처 : 2015 대한민국 게임백서)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아케이드 게임’이 가진 태생적인 약점이죠. 아케이드 게임은 일단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하나로 합쳐진 기기입니다. 기기의 가격이 상당히 높죠. 인기있는 게임의 경우 아케이드 기기의 가격은 몇 천 만원을 넘을 정도입니다.

게임기의 가격도 높은 데다가, 기기의 크기도 상당히 큽니다. 휴대성이 없기에 지정된 장소에 설치할 수밖에 없고, 플레이어도 지정된 장소에서 게임을 즐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가정에 들여놓기에는 가격이 너무나 부담됩니다.

그래서 PC나 콘솔과 비교하면 보급량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시대의 흐름에 역행을 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인 약점이죠. 많은 아케이드 게임들이 PC나 콘솔로 이식되고 온라인 플레이가 가능해지면서, 굳이 사람들이 오락실을 찾을 이유가 없었죠. 국내에서는 ‘스타크래프트’로 급격하게 일어난 PC방의 붐도 있었기에, 오락실을 찾는 발걸음은 점점 더 줄어들 수밖에 없었죠.

오래전부터 어느 정도 굳어진 저렴한 크레딧 가격 역시 아케이드 게임장 경영난의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국가마다 크레딧의 가격이 다른건 맞지만, 2000년도까지는 1크레딧의 가격이 리듬게임이나 몇몇 건슈팅, 레이싱을 제외하고는 아주 저렴한 편이였거든요.

하지만 이는 특징적인 문제일 뿐, 극복할 수 없는건 아닙니다. 극복할 수 없다면 게임 시장에서 아케이드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계속 줄어들었겠죠. 하지만 전세계 게임 시장을 놓고 보면 아직도 아케이드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결코 적은 건 아닙니다.

게임 기기가 크다는 건, 개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케이드 게임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매우 안 좋았습니다. 어릴 때만 해도 많이 들으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락실은 ‘나쁜 아이들이 가는 곳’이라고요. 물론 비행청소년들이 모이는 장소로 오락실이 꽤나 자주 채택되기도 했지만, 사회적으로 인식이나 환경을 바꾸려는 노력보다는 비난하기가 일쑤였다는 점도 한 몫할 것 같습니다. 거기에다가 2006년에 들어서는 더욱 치명적인 사건이 터져버립니다.

2000년도 중반 당시 아케이드 게임장은 두 가지 부류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대전 격투 게임, 리듬게임 등 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을 주로 마련한 ‘청소년’ 게임장과 흔히 빠칭코, 카지노류로 불리는 ‘슬롯머신’이 주류가 된 ‘성인용 도박 오락실’이었죠. 청소년 게임장이 1980년대부터 급격하게 성장했던 시장이라면, 성인용 도박 오락실은 2000년대 중반 이후로 성장하면서 아케이드 게임장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듯했죠.

하지만 2006년,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바다이야기’의 부실 심사와 몇몇 기능들을 의도적으로 은폐했다는 사실이 검찰의 수사로 밝혀지면서, 게임에 대한 심의는 영등위에서 ‘게임물관리위원회’로 새롭게 개편됩니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던 성인용 도박 오락실은 대대적인 감찰과 단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지게 되죠.

사행성 도박 게임으로 대표되는 ‘바다이야기’의 사건으로 말미암아 아케이드 게임장은 더욱 위축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관련 법안도 더욱 강력해졌고, 국내 아케이드 게임 시장은 예전에 비해 극소수만 남게 됐습니다. 2015년 게임백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아케이드 게임 및 아케이드 게임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0.9%정도로 정말 작은 시장이 됐습니다.

아케이드 게임의 빈 자리는 스마트폰과 PC 온라인 게임들이 대체하고, 대세로 자리잡습니다. 국내 아케이드 시장의 쇠퇴는 전체적으로 시장의 흐름이 변화한것과 악재가 겹쳐 생긴 현상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바다이야기’의 사건은 아케이드 시장에 정말 큰 타격을 줬습니다.

 


■ 1%도 안되는 점유율, 국내 아케이드 게임 시장의 미래는?


국내에서 아케이드 게임이 차지하는 시장의 비중은 굉장히 작지만, 전 세계를 놓고 보면 여전히 아케이드 게임 시장은 거대한 시장입니다. 2014년 기준으로 아케이드 게임의 점유율은 전 세계 게임 시장의 약 21%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죠. 2012년부터 지켜봐도 성장률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규모 자체는 약 250억 달러, 한화로 거의 31조 원에 이릅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일본에서 아케이드 시장은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2012년부터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규모도 약 100억 달러에 달합니다. 약간의 특수성이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아케이드 게임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 역시 시장의 규모가 만만치 않습니다.

다만, 아케이드 게임은 태생적인 문제로 성장률이 그리 높지는 않은 편입니다. PC와 콘솔의 보급이 늘어나고 온라인 플레이가 가능해지면서 아케이드 게임기에도 한계가 찾아온 거죠. 하지만 아케이드 게임 역시 나름의 인터넷 연동 플레이라던가, DLC를 통한 수익원을 찾아보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성장률은 낮지만, 규모 자체는 결코 작지 않다(출처 : 2015 대한민국 게임백서)

아케이드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킬러 타이틀’이 필요합니다. 현재까지의 흐름을 살펴봐도, 아케이드 게임 시장이 가장 크게 성장하는 타이밍에는 그만한 타이틀이 있었습니다. ‘갤러그’라던지, ‘스트리트파이터2’, ‘던전앤드래곤’등 다양한 명작 게임들이 출시된 시점에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PC와 콘솔로도 대형 타이틀이 함께 발매되는 경우가 많아 아케이드 시장은 결국 ‘희소성’은 크게 갖지 못 합니다.

그래서 선택한 전략이 ‘차별화’라고 보입니다. 게임센터를 찾아가야지만 할 수 있는 독특한 조작이죠. 대표적으로는 리듬게임과 건 슈팅게임, 그리고 레이싱 게임을 들 수 있겠습니다. 이 게임들은 단순히 게임센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오락 시설들과 함께 연계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리듬게임은 조금 예외인 경우가 많습니다).

영화관이나 놀이공원에서는 간혹 ‘이니셜 D’라던가 ‘MANX TT 슈퍼바이크’ 등의 레이싱 게임이나 ‘태고의 달인’과 같은 리듬게임을 찾아볼 수 있으니까요. 이 외에도 농구 게임이나 에어 하키같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아케이드 게임들도 있죠. 이런 게임들은 가정에 기기를 마련하기는 살짝 부담되지만, 밖에서 본다면 친구들이나 연인과 함께 가볍게 즐길 수 있으니까요.

▲ 다양한 시설에서 볼 수 있는 ‘에어하키’ (출처: 비발디파크)

이외에도 리듬 게임은 입문은 어렵지만 매니아층이 존재해 나름의 수익성을 기대해볼 수 있는 장르고, 대전 게임은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바로 e스포츠의 새로운 종목으로 나서는 것이죠. 대전 게임 특성상 어느 정도 보는 재미가 보장되기도 하고, 콘솔 버전으로 온라인 대전을 즐기는 유저들도 많아진데다가 인터넷으로도 경기를 쉽게 볼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국내에서도 열린 철권 대회, ‘테켄 크러시’도 많은 인기를 끌었고, 해외에서는 DOA나 모탈컴뱃, 길티기어, 블레이블루 등 다양한 게임의 대회가 열리기도 했죠. 최근 들어서는 국내 몇몇 오락실에서는 다양한 게임들의 ‘로케이션 테스트’가 진행되기도 해서 유저들의 관심도 더욱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케이드 게임장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처럼 ‘비행청소년의 온상’이라는 딱지는 이미 떼어버린 지 오래고, 이용 계층의 연령대가 전체적으로 상승하면서 나름의 규칙도 잘 잡혀 있는 곳이 많습니다. 카드나 코인을 통한 대기의 순번도 잘 만들어졌고 질서 정연하게 운영되는 곳도 많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은 게 가장 큰 걱정거리로군요.

리듬 게임은 이렇게 순서를 정하고 하는 편이죠.(출처: 모펀사장니뮤ㅠ)

요즘 한창 화두에 오른 새로운 플랫폼, VR은 어떻게 보면 아케이드 게임 시장에 또 다른 희망입니다. 오큘러스와 HTC, 소니, 밸브 등 다양한 기업들이 VR 시장에 뛰어들었고, 이를 토대로 게임을 제작하는 개발사도 상당히 많은 편이죠. 하지만 오큘러스의 가격 자체는 주변기기까지 함께 구매하게 되면 소비자에겐 상당히 부담될 수 있습니다.

만약 VR 게임을 전용으로 삼는 장치가 등장한다면요? 주변기기와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 사운드 시스템 등 다양한 주변기기들이 하나의 기기로 통합되고, 여기에 소프트웨어가 같이 첨부된다면 아케이드 시장에 들어올 수도 있겠죠. 아직 구체적으로 등장한 사례는 없지만, VR은 어떻게 보면 아케이드 게임 시장에 또 다른 희망이 될 수도 있습니다.

VR은 아케이드 게임 시장에 새 지평을 열 수도…?

여전히 국내에서 아케이드 게임 시장의 입지는 좁기만 합니다. 요즘의 오락실은 유동 인구가 많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기에, 인구가 밀집된 지역에서나 볼 수 있죠. 간혹 영화관이나 놀이공원 한편에 마련된 곳도있습니다만, 최신 게임을 마련한 곳은 전문적인 아케이드 게임장이 대부분입니다. 그 개체 수는 예전보다 조금 늘어났지만, 여전히 부족한 편이고요.

안 좋은 사회적 인식과 강력한 규제, 킬러 타이틀의 부재 속에서 많이 위축된 국내 아케이드 시장. 하지만 세계적인 통계로 볼 때는 여전히 아케이드 시장은 큰 시장입니다. 무엇보다도 가상의 공간에서 사람을 만나는 게 아니라, 직접 만나서 대전이나 게임을 같이 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매력이죠. 가끔 체어샷이라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전혀 모르는 사람과의 인연을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어린이도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들도 많아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것 역시 큰 장점입니다. 실제로 일본이나 유럽, 미국에서는 아케이드 게임센터를 찾는 가족 단위의 손님이 많은 편이고, 대형 게임쇼의 ‘가족관’에는 대부분 아케이드 게임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아케이드 게임 시장이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몇년 전만해도 기기 대여를 하면서 리듬 게이머들과 많은 교류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가끔은 국내에서는 꽤 희귀종인 ‘길티기어’를 찾아서 오락실 원정(?)을 다니기도 했고요.

오락실은 무엇보다도 게이머들끼리 ‘정’을 나눌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가 아닐까요? 오락실은 모르는 사람이라도 “우리는 게이머”라는 동질감으로 모두가 친해질 수 있는 친목의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더 많은 오락실이 생겨나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에는 아이들에게 인기 많은 게임도 많답니다! (출처: 모펀사장니뮤ㅠ)

원문보기:
http://www.inven.co.kr/webzine/news/?news=153103#csidx78a767624426723a07b8b8241d43b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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